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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현대중공업 '군사기밀 누출' 임원 개입 수사 고발장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과 관련,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정황을 수사하고 처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화오션은 4일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이 지난달 27일 군사기밀 유출로 물의를 빚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을 제한하지 않은 행정지도를 의결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방사청은 이와 관련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계약이행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이어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여부를 논의했으나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참가를 제한하지 않았다.한화오션은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의 조직적인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대표와 임원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제재를 면제했다"며 "한화오션은 중대하고 명백한 범죄행위가 HD현대중공업의 '꼬리 자르기'식 은폐에 가려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이어 "최소한도의 법 테두리 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토양이 회복되기를 바라며 방위산업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범죄행위를 저지른 HD현대중공업의 대표와 임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한화오션은 오는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이와 관련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2012∼2015년 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HD현대중공업은 이미 군사기밀 유출 사고로 방사청 입찰 때 보안 감점(-1.8점)을 받았다. 입찰참가 제한 제재를 받으면 일정 기간 해군 함정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소가 위치한 울산의 울산상공회의소는 국가계약법 제27조에 따른 제척 기간(5년)이 이미 지났다며 방사청에 선처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발송하기도 했다.방사청의 이번 결정으로 HD현대중공업은 향후 KDDX 건조 사업에 입찰 자격을 제한받지 않는다.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7조8천억원을 들여 우리 해군의 6천t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3.0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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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떼려다 혹 붙인' HD현대중공업, 추가 제재 가능성에 '방산업 비상'

HD현대그룹의 핵심인 HD현대중공업의 방산 사업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최근 경쟁사인 한화오션과 해군의 차기 호위함 수주 경쟁에서 밀려난 HD현대중공업은 소송으로 돌파구 마련을 시도했다. 그러나 소송 과정에서 되려 여러 건의 군사기밀 유출 정황이 드러나며 추가적인 제재가 불가피해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영석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끄는 HD현대중공업의 방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감점보다 더 큰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군사기밀 누출과 관련한 HD현대중공업의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법원 판결문을 획득하기 어려워 HD현대중공업에 대해 구체적인 제재를 심의할 수 없었다”며 “그러나 최근 법원 판결문을 확보했고, 계약심의회의를 통해 부정당제재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정당제재처분은 위법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페널티다. 방사청은 지난 2022년 11월 HD현대중공의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사건에 대한 판결문을 최근 입수했다. 그동안 HD현대중공업이 판결문 열람제한으로 인해 자세한 불법행위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HD현대중공업이 호위함 울산급 배치3 5·6번함 수주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가처분신청을 냈고, 방사청은 그 소송 과정에서 판결문을 입수하게 됐다. 특히 판결문을 통해 HD현대중공업의 추가적인 군사기밀 유출이 확인됐다. 한국형 잠수함 장보고함 등 총 11건이나 된다. HD현대중공업은 서버에 빼돌린 군사기밀을 별도로 저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직원 9명은 군사기밀 자료를 회사 내부 서버를 통해 공유한 혐의로 2020년 검찰에 기소됐다. 2022년 11월 이와 관련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9명 중 8명의 직원이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았다. 유죄 판결로 HD현대중공업은 2025년까지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 감점을 받게 됐다. 이 같은 감점으로 올해 한화오션과의 울산급 배치3 5·6번함 수주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한화오션이 91.8855점, HD현대중공업이 91.7433점의 점수를 받았는데 감점이 아니라면 HD현대중공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법원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가처분신청을 하기에 이르렀고,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군사기밀 유출 정황이 포착된 셈이다. 법원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HD현대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다투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 아니고, 보안감점 제도의 적용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해 2024년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입찰 등 다른 주요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2024년 시작되는 KDDX 수주전은 7조8000억원이나 걸린 터라 앞으로의 방산 사업 향배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격전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KDDX 수주전을 대비해 감점에 대한 제재 기한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의도로 가처분신청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추가적인 군사기밀 유출이 확인되는 등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정확히 따지면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법상의 ‘청렴서약서’를 위반했다.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는 청렴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청렴서약서에는 방위사업 관련 특정정보(군사기밀 포함)의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입찰참가자격제한(5년 이내), 방산업체지정취소 등의 제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문에는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은 단순히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안보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 범죄행위일 뿐만 아니라, 방위사업법상 청렴서약서 위반 사유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업계 1위인 HD현대중공업은 기술력 우위를 앞세워 보안 감점 규정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보안사고에 대한 감점으로 0.1422점 차이로 한화오션으로 수주가 결정되면서 기술 중심의 업체 선정이라는 원칙이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HD현대중공업은 추가적인 군사기밀 유출과 관련해 “오래 전에 발생했던 일이고, 이미 나왔던 내용으로 관련자 8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던 사안”이라고 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0.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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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가세로 조선업계 채용 시장 훈풍…지역사회도 활기

조선업이 살아나면서 울산과 거제 등 조선소의 도시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한화가 가세하면서 지역 사회와 일자리 증가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공식 출범한 한화오션이 첫 대규모 채용에 나서면서 조선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9일부터 한화그룹 공식 채용 사이트에 경력직 공고를 내고 채용 절차에 돌입했다. 20년이 넘는 대우조선해양의 워크아웃 기간에 '보릿고개'를 거쳤던 한화오션의 채용 소식은 더없이 반갑다. 한화오션은 지난해에도 약 400명이 퇴직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생산, 연구개발, 설계 등 기술 분야를 비롯해 영업·사업관리, 재무, 인사, 전략 등 전 직무에서 대규모로 채용한다. 특히 인력 이탈이 많았던 생산과 설계 분야를 중심으로 인재를 뽑아 한화오션의 강점인 생산·설계 역량을 조기에 정상화할 계획이다.한화오션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력 채용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의 한화오션의 첫 공식무대에 깜짝 방문한 그는 "현재는 어쩔 수 없이 조직을 떠났던 분들을 다시 모으고 추가 채용으로 나아갈 단계"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을 비롯해 조선업체들은 3년치 이상 일감(수주 잔량)을 확보하는 등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한화오션 관계자는 "업황이 안 좋았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최근엔 일감이 늘어나 일손이 부족할 정도"라고 설명했다.한화오션은 올해 채용을 특정 시기와 관계없이 상시·수시 진행할 계획이다. 채용 규모도 지난해(약 200명)보다 몇 배 더 많은 수준으로 검토 중이다.외국인 노동자도 계속 유입해 현장에 부족한 인력을 보충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의 외국인 노동자는 2021년 말 약 590명에 불과했으나 지난 4월 말 기준 약 1600명까지 증가했다.HD현대의 중간조선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한화오션과 달리 꾸준히 신입사원을 채용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만 800명을 선발하는 등 대규모 채용을 이어나가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황 개선으로 수주 물량이 증가하고 있고, 친환경·스마트 선박 분야 인력 수요가 커지면서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또 HD한국조선해양은 신사업 부문 경력사원과 함께 미래기술인재 채용연계형 인턴을 채용하고 있다. 하반기에 100여 명의 인턴이 채용연계형으로 선발될 전망이다. 채용연계형 인턴은 미래선박연구랩, 에너지연구랩 등 미래사업 위주로 모집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2016년부터 신입사원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고, 조선업이 불황 때도 수시 채용을 지속하면서 인력을 확대해왔다”고 말했다. 또 HD현대중공업은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직원들의 기술 경쟁력 향상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 울산 동구 기술교육원에서 ‘제1기 전문테크니션 육성 과정 수료식’을 가진 바 있다. 스마트선박 기술 70명, 스마트선박 전기 17명, 스마트선박 기계 13명 등 교육생 100명에게 수료증을 수여했다. 이들은 약 10주 동안 현업에 필요로 하는 전문기술과 기본 소양 등을 익히고 자격증을 받았다.올해 처음 운영 중인 HD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 '전문테크니션 육성 과정'은 조선업 기술 인력 1000명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에 운영하던 '기술 연수생 양성 과정'을 최근 조선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특화한 프로그램이다.전문테크니션 육성 과정은 올해 총 5차례에 걸쳐 교육생을 모집한다. 또 스마트선박 기술 직종 수료자 중 우수한 성적을 거둔 교육생들을 HD현대중공업 생산기술직으로 채용하는 특전을 제공할 예정이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6.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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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한국조선해양 '2050년 탄소중립' 조선업계 최초 선언

HD한국조선해양이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HD한국조선해양은 3일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연료 전환, 재생에너지 도입, 기후변화 대응체계 구축 등의 세부 계획을 담은 '탄소중립 이행 로드맵'을 확정했다고 밝혔다.이행 로드맵에는 HD현대의 조선 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발생시키는 연간 탄소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2018년 대비 2030년 28%, 2040년 60%를 감축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HD한국조선해양의 탄소중립 방안은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바탕으로 스코프(Scope) 1과 2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스코프란 GHG(온실가스) 프로토콜이 정한 기업의 탄소 배출 범위를 말한다.먼저 스코프 1에 해당하는 직접 배출 탄소량 관리를 위해 HD한국조선해양은 시운전 선박과 운송용 차량에 쓰이는 연료를 수소, 메탄올, 암모니아와 같은 저탄소 연료로 대체하기로 했다.스코프 2로 분류되는 사업장 내 간접 배출은 크레인 등의 핵심 부품을 교체해 전력 소모량을 줄이고, 조선소 내 LED 조명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계획이다.또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한 자가발전과 전력구매계약 등을 통해 2050년까지 'RE100'(재생에너지 100%)도 달성할 방침이다.최근 배출량 공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스코프 3에 대한 선제 대응도 한다. 스코프 3이란 공급망과 제품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 탄소 배출량을 말한다.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스코프 3 산출기준을 마련한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월부터 국내 조선사 및 선급과 함께 스코프 3의 국제표준 제정 작업을 하고 있다.HD현대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최근 그룹 내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HD현대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최고책임자인 가삼현 부회장은 "조선·해양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해 바다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5.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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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밀리는 선박 수주...1월 점유율 한국 33%, 중국 57%

한국의 선박 수주가 올해 들어서도 계속해서 중국에 밀리고 있다. 7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96만CGT(표준선 환산톤수·72척)로 작년 동월 대비 63% 감소했다. 한국은 이 중 64만CGT(12척)를 수주해 점유율이 33%로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한국의 2배가량인 112만CGT(40척·57%)의 수주량으로 1위에 올랐다.지난달 말 기준 세계 수주 잔량은 전월 말 대비 77만CGT 감소한 1억913만CGT였다. 국가별 수주 잔량은 중국 4919만CGT(45%), 한국 3758만CGT(34%)였다.한편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62.51포인트를 기록하며 작년 동월 대비 8.25포인트 상승했다.선종별 1척 가격은 17만4000m³이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2억4800만 달러,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가 1억2000만 달러,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2억1500만 달러를 기록했다.한국은 2년 연속으로 중국에 선박 수주에서 밀리고 있다. 2022년 12월까지 작년 한해 누적 발주량은 4278만CGT(1384척)였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2082만CGT(728척)를 수주해 전년 수준인 49%를 차지했다. 한국은 1627CGT(289척)로 수주량은 전년(1786만CGT·414척) 대비 감소했으나 수주 비중은 34%에서 38%로 소폭 상승했다.한편 지난 1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조선 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재작년 기준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종합 경쟁력은 100점 만점에 86.7점으로 전세계 1위였다.연구개발(R&D)·설계, 조달, 생산, 애프터마켓(AM)·서비스, 해운·에너지산업 수요 등 5단계 가치사슬별로는 일부 분야에서 주요 경쟁국에 비해 다소 뒤처졌다. R&D·설계(89.1)와 생산(91.9)은 모두 1위를 차지했지만, AM·서비스(79.0)와 수요(81.0)는 중국, 일본에 비해 낮아 3위에 머물렀다.이에 따라 종합 경쟁력 점수도 2위인 일본(84.6), 3위인 중국(84.0)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선종별로는 가스운반선, 컨테이너선 경쟁력이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벌크선 경쟁력(78)은 중국(94), 일본(89)보다 열위였고, 유조선(86)도 중국(90)에 밀렸다.산업연구원은 "2021년 이후 우리나라 조선 산업은 장기 불황을 딛고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회복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중국 조선소의 LNG운반선 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있어 경쟁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2.0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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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가세한 한국 조선업, 중국에 내준 수주 1위 탈환할까

세계 1위를 자부하는 한국 조선업이 중국에 2년 연속으로 수주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순풍이 기대되는 가운데 한국이 전세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4193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지난해보다 2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국은 작년 대비 11% 감소한 1564만CGT(37%)를 수주하며 중국(2034CGT·4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020년까지 3년 연속 수주 1위에 올랐지만 ‘저가공세’를 펴고 있는 중국에 지난해부터 수주량에서 밀리고 있다. 올해 수주 선종을 살펴보면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가스 운반선에서 강세를 보였다. 한국의 수주 선종은 LNG 운반선 1012만CGT(65%), 컨테이너선 426만CGT(27%) 순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컨테이너선 676만CGT(33%), LNG 운반선 440만CGT(22%), 벌크선 332만CGT(16%) 순으로 수주량이 많았다.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가스운반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중국은 저부가 가치 선박인 벌크선이나 소형 컨테이너선으로 수주 선종이 양분화된 모양새다. 올해는 카타르 프로젝트 개시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LNG 운반선 발주가 폭증했다. 그 수혜를 어부지리로 중국이 받으면서 수주 물량이 크게 증가했다.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은 작년 대비 130% 증가한 1452만CGT였는데 한국과 중국은 각각 1012만CGT, 440만CGT를 수주하며 70%, 30%의 점유율을 보였다. 지난해 한국은 세계 LNG 운반선 발주량의 93%인 582만CGT를 수주했다. 한국은 LNG 운반선 발주량이 2배 가까이 늘어 수주량 초과로 이 물량들을 중국에 넘겨줘야 했다. 이에 중국은 지난해 LNG 운반선 수주량이 46만CGT에 불과했으나 올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이 한국의 수주 물량 초과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다. 전국 곳곳에 조선소를 보유한 중국과 달리 한국은 독(건조공간) 수 자체가 제한돼 현재 2026년 말 인도 물량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은 LNG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더라도 건조공간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전망이라 수주 점유율 1위 탈환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건조가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LNG 운반선 수주는 내년까지 호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고부가 가치 선박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2.30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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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년 연속 선박수주 1위 유력…'조선 빅3' 괜찮나

한국 조선업계가 2년 연속으로 선박 수주량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줄 전망이다. 유가 하락과 경기 침체에 따라 신규 수주 감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10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1∼10월 1465만CGT(표준선 환산톤수)를 수주해 1위 중국(1581만CGT)에 116만CGT 뒤졌다. 중국이 저가 공세로 물량을 늘리고 있는 추세고, 한국은 선박 건조공간 예약이 다 찬 상태라 순위 변동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에 수주 1위 자리를 뺏기게 되자 인력 문제와 함께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지난해와 달리 중고선가의 하락 등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중고선가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박 신규 발주가 지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수주잔고 1위 기업은 1795만CGT를 기록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다. 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를 최소 3년 이상 100% 가동할 수 있는 물량이다. 후둥중화조선, 대련조선 등을 보유한 중국선박집단유한공사(CSSC)는 1766만CGT로 뒤를 잇고 있다. 삼성중공업(937만CGT)과 대우조선해양(768만CGT)이 3,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수주물량과 비중은 지난해 비해 81만CGT, 12% 늘었다. 더군다나 한국 조선소의 경우 건조공간이 2026년 말까지 예약이 꽉 차 있어 빠른 공급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저가의 벌크선 등은 중국 쪽으로 몰리고 있다. 1위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3분기에 한국조선해양이 영업이익 1888억원을 기록하며 조선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3.2%나 늘었다. 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왔지만, 꽃길만 펼쳐지고 있지 않다. 이상균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 9일 경영상황 설명회에서 “올해 119억 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113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매출은 70%가 아닌 63%에 그쳤다”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한국은 고가인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수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경쟁력을 자신하고 있다. 올해 1∼10월 전 세계에서 1172만CGT(136척)의 LNG 운반선이 발주된 가운데 한국은 889만CGT(76%)를 수주하며 284만CGT(24%)에 그친 중국을 따돌렸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1.11 07:01
경제

정기선·조원태, 조선·항공업 '빅딜' 승인 지체에 고심

조선과 항공업계의 '빅딜'이 규제에 가로 막혀 인수합병(M&A)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빅딜의 주인공인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이 M&A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해당 시장의 독과점 우려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승인 거부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지난 11일 EU가 “현대중공업그룹이 독점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구제조치를 제출하지 않은 후 EU 반독점당국이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거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로 글로벌 조선 시장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가 ‘빅3’에서 ‘빅2’로 재편되면 독과점 가능성이 높다는 게 EU 집행위원회의 입장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건조 기술을 이전하겠다는 조건 등을 제시하며 EU 측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이 제시한 조선소 일부 매각 방안 등이 EU 당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일 마감 기한이었던 구제조치 세부 방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지면서 정기선 대표의 구상도 틀어지고 있다. EU 집행위는 2019년 12월 이들의 기업결합 심사를 개시했지만 이후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심사를 세 번이나 일시 유예했다가 지난달 말 재개했다. 심사 기한은 내년 1월 20일까지 연기된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후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고, 현재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 조건 없는 승인을 받은 상태다. EU와 한국, 일본으로부터는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조원태 회장의 글로벌 톱티어 도약 구상도 지체 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으로 ‘세계 7위 항공사 도약’을 노리고 있다. 합병만 성사된다면 국내선 점유율(저가항공사 LCC 포함)이 62.5%에 달하는 대형 국적사로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승인부터 꼬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 승인은 올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정위는 연내 심사를 마치고 심사보고서를 전원위원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전원회의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에야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현재 국토교통부와 통합 이후 발생할 독점을 방지할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토부와 공정위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제조업 기업 결합 심사 때 시장 점유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독과점을 방지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외항사가 존재하는 항공업의 경우 제조업과 달리 국내 점유율만으로 독점을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주요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승인돼야 아시아나항공은 예정된 인수 잔금 8000억원을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승인이 늦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재정 상황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수합병에 가교를 놓았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일시적으로 화물로 영업이익을 냈지만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2.17 07:10
경제

6000억원대 9년 소송 패소 현대중공업 '발등에 불'

현대중공업의 9년 노사 소송이 노조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대법원 3부는 16일 현대중공업 노동자 10명이 전체 노동자 3만여명을 대표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소송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법정수당과 퇴직금 등의 차액을 청구하면서 개시됐다. 대법원은 "기업이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현대중공업의 상여금은 2개월마다 100%씩 총 600%에 연말 100%, 설·추석 명절 50%씩을 더해 모두 800%였다. 회사는 이 '800% 상여금'을 전 종업원과 퇴직자에게 계산해 지급했지만 명절 상여금(100%)은 재직자에게만 지급했다. 노동자들은 상여금이 정기성(정기적인 지급), 일률성(일정한 조건을 만족한 모든 노동자에게 지급), 고정성(노동자가 노동을 제공했다면 업적·성과 등과 무관하게 당연히 지급) 등 통상임금의 성격에 들어맞는 만큼 800%에 해당하는 소급분을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지급해야 할 4년 6개월(2009년 12월∼2014년 5월)치 통상임금 소급분의 총 규모는 4000억원(노조 추산)에서 6000억원대(사측 추산)로 추정된다. 9년 동안 이어진 재판의 쟁점은 신의칙이었다. 통상임금 소급분을 줘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면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칙을 위반한 것이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신의칙을 부정해 노동자들의 손을 들었고, 2심에서는 신의칙이 적용돼 사측이 승소했다. 또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정기 상여금 외에 명절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당사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며 "판결문을 받으면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영계는 16일 현대중공업의 노조 승소와 관련해 기업경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논평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국가 경쟁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는 이번 판결로 인해 예측지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경연은 대법원이 2심과 달리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던 신의칙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한경연은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누적 320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기업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판결에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아 통상임금 관련 소모적인 논쟁과 소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2.16 14:15
야구

[창간특집] 원년 첫 안타, 첫 홈런 '개막전 사나이' 삼성 이만수…"최동원 때문에 타율 많이 까먹어"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삼성 라이온즈에는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했다. 1970년대 대구·경북 지역이 경북고-대구상고(현 상원고) 중심으로 아마야구 전성기를 누리면서 유능한 선수들이 꽤 많이 발굴됐다. 그 흐름이 구단으로 연결돼 창단 당시 삼성은 투타 밸런스가 가장 안정적인 팀이었다. 투수 이선희와 권영호, 야수 배대웅, 천보성, 서정환, 정현발 등 선수층이 유독 두꺼웠다. 많은 전문가가 프로야구 원년 우승 후보로 삼성을 점찍었던 이유다. 이만수 전 SK 감독은 '스타 군단' 삼성의 핵심이었다. 실업야구팀에서 온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1982년 3월 27일 열린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에서도 주전 마스크를 썼다. 당시 삼성은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MBC를 상대했는데 이 전 감독은 1회 초 2루타로 KBO리그 통산 첫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5회 초에는 사상 첫 홈런까지 때려내며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개막전 사나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활약이었다. 마지막에 웃진 못했다. 삼성은 개막전 초반 5-0으로 크게 앞서 손쉽게 승리를 따내는 듯했다. 그러나 7-4로 앞선 7회 말 유승안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맞고 승부가 연장으로 흘렀다. 결국 10회 말 이종도에게 끝내기 만루 홈런을 허용해 무릎을 꿇었다. 만루 홈런을 내준 투수 이선희와 개막전 배터리 호흡을 맞춘 이 전 감독은 "그런 드라마는 글로 쓰려고 해도 쓰기 힘들다"고 회상했다. 원년 첫 경기를 역전패로 마무리한 삼성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웃지 못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OB 베어스에 무릎 꿇었다. 이만수 전 감독은 삼성의 '시작'을 누구보다 잘 기억하고 있는 레전드다. 그는 "겉은 프로지만 돌아가는 내용은 사실 아마추어에 가까웠다"며 1982년을 돌아봤다. -프로야구가 개막한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는 게 꿈이었다. 그 꿈을 갖고 야구를 계속했는데 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생긴다고 해 그 꿈을 접었다. 한양대를 졸업하기 전에 프로야구가 생긴다는 얘길 들었다. 미국에서 야구 경기를 하나 한국에서 하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미국에 가지 않고 남기로 결정했다. 현역 시절에는 일본에 진출할 기회도 있었다. 프로에서 활약하는 걸 보고 제의가 오더라. 지금 생각하면 아쉬움도 물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어디서 야구를 하든 똑같다고 생각했다." -삼성의 지명을 받았을 때는 어땠나."너무 좋았다. 왜냐면 내가 대구 출신 아닌가. 그때는 고등학교 연고(대구상고 졸업)를 기준으로 프로에 갔으니까 대구가 연고인 삼성에 갈 수밖에 없었다. 프로야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고향 팀에 가니까 더 좋았다." -프로야구 원년 전지훈련은 어떻게 진행했나."1982년은 거제도에서 했다. 삼성이 운영하는 조선소 안에 야구장이 아닌 축구장이 있었다. 거기서 훈련하다가 마산으로 넘어가고 그랬다. 당시만 하더라도 전지훈련을 하러 해외에 간다는 걸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후 삼성이 국내 구단 중 처음으로 미국 LA에서 전지훈련을 했지만, 원년은 아니었다. 정말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정신력으로 버텼는데, 지금이라면 아마 다 도망갔을 거다. (웃음) 환경이 열악했지만 그래도 프로야구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개막전 떨리지 않았나."전두환 대통령이 시구하지 않았나. 당시 삼성의 초 공격이어서 MBC 청룡 포수였던 유승안이 시구를 받았던 거 같다. 역사적인 순간이었고 야구인 중 한 명으로서 감사했다. 너무 기뻤다." -개막전에서 역사적인 KBO리그 첫 안타를 때려냈는데."상황이 생생하다. 1회 초 2사 2루에 투수가 이길환이었고 주자는 함학수 선배였다. 풀카운트에서 2루타를 때려내 첫 안타와 첫 타점을 동시에 올렸다. 유종겸 선배를 상대로 친 첫 홈런(5회 초)도 다 기억난다. 당시만 하더라도 첫 안타와 타점, 홈런에 대한 중요성이 크지 않았다. 프로라는 인식이 별로 없었다. 아마추어를 오래 하다 보니까 오랫동안 프로야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기념이 될 만한 걸 모아놓거나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첫 안타와 첫 홈런, 더 기억에 남는 건."솔직히 홈런이다. 안타도 좋았지만,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 때의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내가 펄쩍펄쩍 뛰면서 지금은 돌아가신 서영무 감독님을 안고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개막전 상대 MBC에는 백인천 감독이 있었는데."고등학교 3학년 때 최연소로 국가대표에 발탁돼 일본 가고시마에 갔었다. 거기에서 백인천 감독과 장훈 선배가 경기하는 걸 직접 봤다. 우상 같았던 선배 중 한 명이 백인천 감독이었다. 프로야구를 하면서 함께 경기한다니까 어땠겠나. 쉽게 말해 백인천 감독은 대학생이고 우리는 초등학생이나 다름없었다. 상상을 해보면 된다. 4할 타율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실력 차이가 났다. -그 실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활약이 대단했는데."대학교 때 백호기라는 대회가 있었다. 백호기는 대학팀과 실업야구팀이 모두 출전해 함께 경기하는 대회였다. 그때 실업야구는 김우열, 윤동균 선배 등 멤버가 쟁쟁했다. 초창기 대학팀은 실업야구팀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후 대학팀이 우승했는데 내가 대학생(한양대) 때는 결승에 올라가고 그랬다." -원년 개막전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7-7로 맞선 연장 10회 말 이선희 선배가 이종도 선배한테 역전 끝내기 만루 홈런을 맞고 울었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난다. 그때 내가 포수였다. (웃음)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프로야구 붐업을 시킨 주역이 이선희 선배와 이종도 선배라고 생각한다. 만약 삼성이 경기 전 예상대로 이겼다면 보는 사람마다 '아, 야구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을 했을 거다. 그런데 끝내기 만루 홈런이 나왔으니 그 짜릿함은 말로 다 표현을 못 하지. 당시에는 개막전이 TV로 중계됐었는데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었을까. 한 사람은 눈물을 흘렸고 한 사람은 영광의 만루 홈런을 기록했다. 두 선수가 프로야구 흥행을 이끌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드라마는 글로 쓰려고 해도 쓰기 힘들다." -프로야구 원년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그 당시만 해도 김우열 선배, 윤동균 선배, 김봉연 선배 같이 야구 잘하는 선수가 정말 많았다. 그런데 내가 포수니까 그분들이 타석에 들어서면 일본말로 이런저런 얘길 많이 했다. (웃음) 지금은 프로야구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그때는 가능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겉은 프로지만 돌아가는 내용은 사실 아마추어에 가까웠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얼마나 말을 많이 했냐면…그것 때문에 선배들과 많이 다투기도 했다. 백인천 감독은 직접 그라운드에 나와서 '이만수 입 좀 닫게 해달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상대하기 어려웠던 '천적'이 있었나."선동열(해태·1985년 데뷔)은 뒤늦게 들어왔는데, 초창기 최동원(롯데·1983년 데뷔) 때문에 타율을 정말 많이 까먹었다. 최동원만 아니었어도 통산 타율(0.296)이 3할이 됐을 거다. 그다음에는 롯데에 박동희(1990년 데뷔)라고 있었다. 선수 생활하면서 공이 그렇게 빠른 투수는 처음 봤다. 당시 구속이 최고로 빨랐던 투수였다. 그리고 이강철(해태·1989년 데뷔), 조계현(해태·1989년 데뷔) 같은 투수 때문에 타율이 또 많이 떨어졌다. 그 시절 해태에는 정말 좋은 투수가 많았다." -당시 룸메이트는 누구였나."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길게 룸메이트를 했던 건 4년 뒤에 입단한 성준(1986년 데뷔)이다. 한 6~7년 정도 했던 거 같다. 원년에도 선배랑 후배가 2명씩 잠을 잤는데 투수랑 포수가 짝을 이뤄 투수였던 이선희 선배랑 했었던 거 같다. 1년 뒤에 김시진이 입단해 그때는 김시진이랑 했다." -프로야구 원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원년 사령탑이셨던 서영무 감독님이 정말 무서웠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화가 나셨는지 고속도로를 가다가 선수들에게 내리라고 하고 그냥 가버리셨다. (웃음) 버스를 저 멀리에 주차하고 선수들을 기다리고 계셨는데 그러면 거기까지 막 뛰어가고 그랬다. 당시에는 그런 일이 정말 많았다." -아쉽게 프로야구 원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쳤는데."그때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그 이후 계속 어렵게 됐던 거 같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니 우승하는 데 오랜 시간(삼성·2002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 걸렸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면."사실 요즘에는 야구를 잘 보지 못했다. 이정후(키움)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잘하더라. 한동민(SK)이 잘했으면 좋겠는데…(웃음)"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관련기사 [창간특집] OB 베어스 윤동균 서른넷 '노장' 원년 KS 진출…'막강 삼성' 박살냈지 2020.09.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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